✔️ 책 제목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 장소 : Zoom
✔️ 시간 : 2022년 2월 17일 목요일, 오후 9시 50분부터 오후 11시 25분까지
✔️ 참가자 : 어다연(발제자), 신윤정, 심수인, 이소연
1. 북토크
윤정 : 책을 고른 이유는?
다연 : 최근에 재밌다고 소문이 많이 난 책이라서
수인 : 그런데 나는 끝까지 안 읽어서 뭐라고 평을 하기가 좀...
윤정 : 이 책은 끝까지 안 읽는게 더 나은 듯.
다연 : 책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여러가지를 말하긴 하는데...
수인 : 평이 너무 좋아서 읽고 싶었던 책이긴 했는데...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 그런가 그렇게 찬사를 받을만한 책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나만 느낀게 아닌가보네.
윤정 : 이 책은 그냥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인성파탄자의 자서전 아니야?
다연 : 맞아, 그 사람이 대단한 일을 많이 한것도 맞긴 한데 어쨌든 큰 잘못을 했잖아.
수인 : 사회적으로 좋게 포장되어 있었던 사람을 폭로하고 싶어서 쓴 책인가 싶기도하고.
다연 : 맨 처음에는 책에서 혼돈이라는 단어에 굉장히 집착했잖아. 그래서 엥 했는데 갑자기 데이비드 스타 조던을 엄청 찬양하더니 끝에서는 또... 사람들이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 같이 대단한 일을 한 인물도 결국은 똑같은 인간이였구나 라고 느낄 수 있게 해줘서 아닐까.
소연 : 이름을 붙인다는 것에 굉장히 집착했던 사람이였잖아. 이름 붙은 것은 과학으로 받아들여지는데 그렇지 않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되고, 그래서 데이비드 같은 사람들이 존재하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없애려고 하고.. 뭐 그런..
수인 : 이 책은 내용이 어디로 튈지 가늠을 하면서 읽어야 되는듯. 뭔가 가운데만 빼고 동그랗게 주행하는 느낌.
다연 : 맞아 나는 처음에는 이 책이 되게 안읽혔거든.
윤정 : 그런데 나는 오히려 그냥 소설 느낌으로 읽어서 술술 읽히긴 했는데 읽다보니깐 이럴거면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자서전 보지 왜 이런 책을 내가 읽고 있나 싶던데.
다연 : 데이비드의 우생학적인 면모를 작가가 굉장히 강조를 했잖아.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건 모든 사람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 같은데 내용에 비해서 결론이 너무 간단하지 않나.
수인 : 확실하고 계산할 수 있는 것 같은 학문들과 철학이나 심리학 같이 사회적인 학문들이랑 엮어서 전개한게 좋게 읽혔던 것 같기는 해. 옛날 사람들은 과학자이자 철학자이기도 하고 그랬잖아. 요즘에는 문이과로 딱 나눠서 보는 경향이 좀 큰 것 같은데 아무튼 융합적으로 쓴 부분은 좋았어.
다연 : 과학적이기보다는 문학적인 성향이 더 큰 책인것 같다.
윤정 : 그래서 나는 오히려 작가가 좀 사짜 같다고 느낀게, 분명 과학책인데 전문성이 엄청 떨어져.
수인 : 그래서 읽는데 가닥이 안잡히는 것 같기도 한데... 어떻게 보면 책의 매력이라고 볼 수도 있지.
윤정 : 나는 이렇게 과학이랑 문학이랑 엮은 책 중에서 최고봉이 '코스모스'라고 생각하는데 확실히 코스모스 같은 책과 비교했을 때 수준이 떨어지는 감이 없지않아 있다.
소연 : 나는 오히려 과학이 아니라 철학으로 분류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이 왜 과학 분야에 들어가있는지 잘 모르겠어.
수인 : 작가가 얘기하고 싶었던건 철학적인 느낌이 강한 것 같아. 철학적인 설명들은 많이 나오지 않지만.
윤정 : 그런데 어쨌든 과학적 개념을 따왔는데 이게 책에서 얘기하는 혼돈과 질서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리고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이름을 붙이는 이 일련의 과정이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잘 모르겠어. 굳이 없어도 되는 소재를 끌고 온 느낌.
수인 : 책 초반에 지진이 나서 그동안 해왔던 것이 다 무너졌는데 그걸 붙잡고 다시 이름표를 달고 있었잖아. 혼돈을 통제하려고 하지만 혼돈에 저항하는게 무의미하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던 것 아닌가 싶었거든.
소연 : 어이 없었던게 본인은 청교도라서 법을 어기지 않는다고 했으면서 결국에는 법을 자기 마음대로 바꿨잖아. 결국에는 혼돈에 항상 저항하는 한결같은 사람이였던거지.
수인 : 책에서 긍정적인 착각이 좋다고 언급했잖아. 견제를 안하고 좋다고만 하고 있으니깐 이런 꼴이 나잖아. 계속 몰입해도 자각할 수가 없는거지.
윤정 : 맞아. 그래서 데이비드가 이름을 붙이는 행위에 굉장히 큰 의미를 두고 나머지 것들은 무시하는 것 같았는데, 그는 명명함으로서 세상을 다 안다고 자신했지만 사실은 엄청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었던 사람인거지.
수인 : 데이비드는 엄청 집착광이잖아. 그런데 작가도 너무 데이비드를 집요하게 파고들어서 집착과 집착의 대결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어.
윤정 : 그런데 나는 작가가 좀 하나만 했으면 좋겠어. 데이비드 얘기하다가 갑자기 자기 애인이랑 헤어진 얘기하고...
수인 : 그 남자가 떠나간게 너무 힘들어서 좌절을 이겨내지 못할 것 같았는데, 데이비드는 표본이 다 엎어진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원동력을 얻었잖아. 그 원동력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아보고 싶어서 처음 조사를 시작한 거 아닐까.
윤정 : 작가 아빠 너무 이상해.
수인 : 맞아 너무 괴짜야. 어린 애가 아빠 말 듣고 얼마나 충격이였을까. 너는 세상에서 중요하지 않은 존재라고 하는데.
수인 : 작가는 자기 분야도 아닌 것을 엄청 집중해서 조사했잖아. 아빠는 세상에 중요한건 아무것도 없다고 굉장히 낙천적으로 사는데 작가가 보고 자란 큰언니는 힘듦을 극복하지 못했잖아. 아빠가 어렸을 때 알려준 진리는 어려움은 극복할 수 있다는 내용이였는데 언니나 본인은 그러지 못했으니깐 그래서 데이비드를 쫓은게, 작가도 무언가 강박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소연 : 작가 원래 직업이 기자잖아. 그래서 꼼꼼하게 알아본 것도 있고, 책을 잘 쓰고 싶어서 조사를 열심히 한 것 같은데. 오류가 있으면 안되기도 하니깐.
수인 : 책을 쓰고 싶어서 이렇게까지 했다고? 책을 정확하게 쓰기 위해서 한 조사라기에는 좌절을 극복하고 싶어서 그랬다는 언급이 계속 있으니깐... 그냥 표면적인 이유였던걸까?
윤정 : 데이비드 스타 조던을 다룬 책이 본인의 자서전 말고는 이 책이 처음인건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최초로 이름 붙이는 것에 굉장히 열광했던 것처럼 작가도 데이비드를 이렇게 깊게 다루는 사람이 자신이 처음이라는 기쁨에 취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다연 : 조사하다보니 자기랑 닮은 점도 굉장히 많고.
소연 : 처음에는 닮았다고 느꼈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자신과는 많이 다르다고 느낀 것을 기반으로 책을 쓴 것 같아.
수인 : 책에서 잠깐 언급된 내용인데 우생학에서 사람의 특성을 분석할 때 '바다를 좋아하는 취향'이라는 데이터가 따로 있다는게 신기했어. 데이비드도 바다에서 오래 생활했으면서 이걸 부정적인 인자로 결정했다는 것도 특이했고.
윤정 : 그런데 책의 부제에서 '상실'은 뭘 말하는거야?
소연 : 데이비드가 아꼈던 사람들이 거의 다 죽었잖아. 그런데 이 부제 누가 짓는거지? 나는 이 부제 반대. 삶의 질서에 관해서 얘기하다가 그에 반하는 견해를 자기 방식대로 풀어낸거잖아. 잘 안 맞는 느낌.
윤정 : 어쨌든 나는 이 책 불호.
소연 : 저는 호.
다연 : 저도 불호요.
수인 : 저는 중립. 그리고 나는 아직 갈피를 잡는 중이라서 판단을 못하겠어.
소연 : 내가 생각했던 것과 비슷한 결인 것 같아서 공감이 됐고, 자기가 알고 있는 것만으로 사람을 재단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 같아서. 요즘 MBTI도 이런 경향을 띄잖아.
윤정 : MBTI는 과학이라니깐.
수인 : 어쨌든 어떤 기준을 가지고 분류하는거니깐 당연히 의미가 있긴 해. 물론 과몰입하면 좀 문제가 있지만.
수인 : 나도 절망 극복하는 법 알고 싶었는데.. 결국 여기서 말하는 것은 정신승리인거잖아.
윤정 : 그런데 사실 작가는 극복도 못한거 아니야? 오히려 언니는 극복을 했어. 언니는 뭘 했는지 나와있나?
다연 : 언니가 뭘 했는지는 안 나와있어.
수인 : 결국 극복에는 방식이 있는게 아니라는건가.
소연 : 해탈한 것 아닐까.
소연 : 신념의 위험성, 한 주제에 대한 강박, 소수자의 인권..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
윤정 : 그런데 나는 읽으면서 작가가 소수자의 인권을 진지하게 다루려고 한게 아니라 그저 책의 소재로 소비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거든.
소연 : 이름을 붙이면서 편견이 생기는거잖아. 언니와 같은 소수자들을 가두는거지.
수인 : 작가가 관념과 단어의 분열에 대해서 얘기한게 되게 좋았어. 단어가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 힘들고, 자기를 이해해주는 것처럼 보이는 소수의 사람들이 위험하다는 내용. 그리고 데이비드가 생명의 나무를 도식화하면서 어류의 구조가 인간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인간이 이성을 잃으면 어류와 같은 존재가 된다고 주장했잖아. 나도 이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공감이 됐어 .
2. 인상 깊었던 구절
다연 : '과학은 늘 내가 생각해왔던 것처럼 진실을 비춰주는 횃불이 아니라, 도중에 파괴도 많이 일으킬 수 있는 무딘 도구라는 것을 깨닫는다.' (p267), 나도 과학 전공을 하면서 과학으로 인해서 발견하는 것들이 그렇게 의미가 있지는 않다는 생각이 조금은 들어서.
수인 : '미적 관심과 구별되는 과학적 관심을 보여주는 특별한 증거는 숨어 있는 보잘것없는 것들에게 마음을 쓰는 일이다.' (p28), 미적 관심은 누구나 가질 수 있잖아. 자연스럽게 예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런데 관심은 그렇지 않잖아. 예시로 멸종위기종들 중에서도 귀엽게 생긴 동물들은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는데, 그렇지 않은 동물들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잖아. 과학적 관심은 이런 것들에도 신경을 쓰는게 아닌가 뭐 그런거지.
소연 : '드 발은 과학자들이 나머지 동물들과 인간 사이에 거리를 두기 위해 기술적인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가장 큰 죄를 범하는 집단이라고 지적한다.' (p251),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가장 짧고 강렬하게 나타내는 문장인 것 같아서.
윤정 : '일단 무언가에 이름을 붙이고 나면 더 이상 그걸 제대로 바라보지 않게 된다는 사실에 대한 연민이었다.' (p250), 편협하고 경직된 사고를 갖는 것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3. 별점 및 한줄평
다연 : [2.9/5.0] 완벽한 사람은 없다.
수인 : [3.9/5.0] 파괴되지 않는 것.
소연 : [4.8/5.0] 인습을 벗어난 책. 이런 책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윤정 : [3.0/5.0]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각자 다를지라도 결국 그게 옳은 방식이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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